[Epitone Project] 좋았던 순간은 늘 잔인하다
길거리의 포장마차에선 하얗게 김이 서리고 있었던 어느 겨울 마지막 드음의 일 예쁘다는 한마디에 발그레 웃던 너 잡을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내 손을 낚아채고선 추우니까 빨리 가자며 걸음 재촉했던 너 맛있어 보인다며 들어갔었던 맛없는 돈까스 집 인사동 어딘가에서 차를 마시며 언 몸을 녹이고 경복궁 돌답길을 걸으며 쳐다본 높았던 하늘 그다지 재밌지 않았던, 영화 한편을 보고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하자며 들렀었던 호프 시덥잖은 몇 마디 농담이 오가는 동안, 몇 번의 눈빛이 서로 오갔었는지, 기억은 하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만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겐 그날이 흉터처럼 남아있다는 걸 아는지 약속 3시간 전부터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고 꽤나 멋 부릴 줄 아는 친구 녀석이 머리도 만져주고 평생 뿌릴 일 없던 향수가 ..
2015.05.03